글로벌 반도체 연구 34년, 세계적 석학의 귀환: 반도체융합공학과 이우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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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   조회수: 19 날짜: 2025-10-30본문
 
 
△ 반도체융합공학과 이우근 교수
글로벌 반도체 연구 34년, 세계적 석학의 귀환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이 같이 있는 반도체융합공학과의 특성상, 회로 설계/소자/장비 등 반도체 관련 여러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분야인 회로 설계에서 글로벌 협업 과목들도 개설해서 학생들이 글로벌 성균인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지난 8월,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융합공학과에 새로운 별이 떠올랐다. 미국과 중국에서 34년이라는 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이우근 교수다. 이 교수는 반도체 집적회로(IC)와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의 세계적 연구자로,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논문 180편 이상을 발표했으며 24건의 미국 특허를 보유한 저명한 석학이다. 현재 IEEE 펠로우(석학회원)이자 매년 전 세계에서 50명을 임명하는 펠로우 선출위원회 위원직을 맡고 있으며, 한국 국적으로는 최초로 IEEE 고체회로협회 저널 편집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석사, 일리노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6년부터 중국 칭화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교육에 매진해 왔다. 이 외에도 한인 과학자 간 네트워크의 필요성을 절감해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KSEACH) 창립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정통부 장관상,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상을 받으며 학계와 사회 전반에서 깊고 넓은 활동을 이어왔다.
오랜 해외 생활을 끝맺고 우리 대학에 선물처럼 찾아온 그를 만나, 한국으로 돌아온 소회와 앞으로 성균과 함께 그려갈 미래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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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8월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우근입니다. 한국에서 학부와 병역을 마친 뒤 미국으로 떠나 유학 및 회사 생활로 15년을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중국 칭화대학교에서 19년을 보내고, 다소 벅찬 마음으로 귀국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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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4년간 해외에서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시다가, 올해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로 한국 학계에 돌아오셨습니다. 긴 시간을 건너 한국 학생들을 만나게 되신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이전에 서울대학교에서 객원교수로 있으면서 한 학기 동안 강의한 경험이 있었어요. 하지만 학부생은 처음 만나는지라 어떻게 잘 교감할 수 있을까 긴장도 되었습니다. 동시에 밝고 예의 바른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컸습니다.
| 아울러, 한국으로 돌아오시면서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융합공학과와 인연을 맺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성균관대학교 반도체 분야에 제가 아는 선후배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기도 하고, 시스템반도체와 관련한 성균관대학교의 향후 비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귀국을 신중하게 고려하던 중 성균관대학교에서 초청 세미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신생학과인 반도체융합공학과에 관해서 알게 되었고 제가 시니어 교수로서 이 분야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합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성균관대학교에 부임하시고 두 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반도체융합공학과 학생들과의 첫 만남은 어떠셨나요?
얼마 전 반도체융합공학과 학생들이 첫 체육대회를 했습니다. 그때 저도 저희 과 교수님들과 함께 잠깐 참가했었는데 제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학생들의 순수하고 활기찬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또 대학원 진학 면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갖고 있는 장래에 대한 비전과 생각들이 제가 학생일 때와 비교해서 더 성숙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일부 대학원생들과는 국제학회 논문 준비에 도움을 주면서 미팅도 하고 점심도 함께했는데, 한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기술적인 논의를 나누니 감회가 새롭고 교감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 중국 수능 ‘가오카오’의 장원이 입학하는 명문대인 칭화대학교에서 집적회로학원 교수로 계셨어요. 2006년, 중국으로 향하셨던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15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을 고려하던 중, 급격히 발전하는 중국의 모습을 보고 3년 정도 직접 경험해 보면서 더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칭화대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부교수급에서는 천인계획과 같은 인재 유치 프로그램이 전혀 없었고, 방문 교수 자리밖에 없던 상황이라 제가 지원했을 때 칭화대 측에서도 많이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중국 전문가도 필요하다는 생각에 오래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현지에서 한중 학술 교류와 자문 활동, 재중한인과학기술자협회 창립 활동 등 연구 외적인 일에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맡으면서 19년이란 세월이 금방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 칭화대학교 재직 당시 얻으신 학문적 인사이트나, 쭉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경험이나 추억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임팩트 있는 논문 한 편은 본인의 커리어에 평생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제1 저자로 그런 논문을 내는 것은 박사과정 또는 박사 후 과정에 있을 때 기회가 많습니다.
저는 일리노이대학에 3년 반 있다가 떠난 뒤 회사에서 정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박사 논문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던 중, 제 논문으로 디자인한 칩 테스팅 결과가 안 좋아서 학위를 거의 포기할 뻔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회사에서 제 논문 내용으로 제품까지 개발되고 그 성과를 저널과 유명 학회에 발표하게 되면서 7년 반 만에 학위를 받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긴 시간이었지만, 회사에서 4년간 제품 개발부터 양산까지의 경험은 저에게 소중한 커리어 자산이 되었고 제가 IEEE 펠로우가 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습니다. 연구 개발은 직진보다 여러 길로 돌아가는 것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다는 것을 체험했고, 그 후 학교에서도 단기 논문 성과보다는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연구 방향을 크게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대학에서는 유학생도 pre-defense 후에는 더 이상 학교에 등록하지 않고 회사에 풀타임으로 바로 취직하면서 박사 논문을 준비할 수 있었다.
| 한국 국적자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전기전자공학회(IEEE) 고체회로협회 저널 편집장을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관련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IEEE 내에 수많은 협회가 있고, 그중 고체회로협회(SSCS)의 정규 저널로는 JSSC(Journal of Solid-State Circuits)와 OJ-SSCS(Open Journal of the Solid-State Circuits Society)가 있습니다. 현재 저는 이 중 OJ-SSCS 편집장을 맡고 있습니다. 창간 때부터 부편집장을 맡았고, 다른 저널의 부편집장 경험도 있어서 해당 저널 편집장으로 선임된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권에서 고르게 구성된 20명의 부편집장과 함께 저널 심사 및 스페셜 섹션 구성 등을 주로 담당하고 있으며, 저널의 영향력 지수를 더 높이기 위하여 노력 중입니다.
▶ OJ-SSCS Editorial Board - IEEE Solid-State Circuits Society ◀
| 교수님께서 연구해 오신 반도체 집적회로(IC)와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를 소개해 주세요.
인간의 두뇌에 비유한다면, 메모리 기능 외에 사고, 대화, 시각, 청각, 촉각 등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반도체입니다. 제가 연구한 분야는 주로 무선 통신과 유선 통신 송수신기 시스템에 필요한 저전력 회로들을 설계하거나 저전력 송수신기의 아키텍처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칭화대에서 중국 회사들과 일할 기회는 없었고 대부분 한국 대기업과 산학협력을 했습니다. 주로 차세대 무선 통신 송수신기에 들어가는 회로들을 연구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24개의 미국 특허도 집적회로 설계에 관한 것이고, 이전 미국 회사 재직 시 출원했거나 아니면 칭화대 재직 시 삼성전자와 같이 출원한 특허들입니다.
| 한국은 반도체 산업에서 세계적이지만,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시스템 반도체, 즉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아직 도전 과제가 많습니다.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닦아야 할까요?
국내 대기업 취업뿐만 아니라, 창업도 하고 해외 기업에서 일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인재 양성이 필요합니다. 해외 글로벌 기업에서 3~5년 일한 후에 한국에 돌아오면 크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10~20년 뒤 돌아온다면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현재 중국은 그러한 인재들이 활약하며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교단에서 20년 가까이 학생들을 지도하셨습니다. 바다 건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향하시는 교육 철학을 들어보고 싶어요.
저는 학부생들에게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많은 시도와 도전을 하라고 강조하고, 석사생들에게는 실질적인 경험을 중시하고, 박사생들에게는 회로 설계 한 번의 실수로도 연구 결과가 1년이 지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실패를 두려워할 줄 아는 전문가적 자질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동기부여입니다. 연구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학생이 학점이 높은 학생보다 훨씬 더 좋은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은 세계 어느 대학이든 같다고 봅니다. 박사생들의 경우 기술적 논의를 수년간 함께 하다 보면 졸업할 무렵에는 오히려 제가 학생에게 배우게 되고 그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 앞으로, 교수님과 반도체융합공학과 학생들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요?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이 같이 있는 반도체융합공학과의 특성상, 회로 설계/소자/장비 등 반도체 관련 여러 과목이 개설되어 있어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제 분야인 회로 설계에서 글로벌 협업 과목들도 개설해서 학생들이 글로벌 성균인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소중한 시간을 함께할 성균관대학교 공학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미국과 중국에서 직장을 세 번 옮겼는데, 항상 직장 생활이 힘들 때가 아니라 편하고 윤택할 때 새로운 커리어에 도전했습니다. 성균관대 공학도들도 담대한 도전 정신으로 본인만의 훌륭한 커리어를 디자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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